블로그 글이라던가 시나리오를 쓰는 게 취미이자 일이라 밀리의서재에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찾고 있던 와중 일기쓰는 법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일기쓰는 법이라니..?! 초등학교 때 일기를 쓰는 방법을 배우고 어른이 되서 일기쓰는 방법을 딱히 공부하거나 배우지는 않았기에 관심이 갔다.
개인적으로는 군대 훈련소에서 5가지 감사일기를 쓴 것을 계기로 훈련소에서 퇴소하고 나서도 꼼꼼히 5가지에 감사한 일을 기록하고는 있었다. 말하자면 아주 간략한 일기를 쓴 셈이다. 다소 우발적인 관심으로 읽은 책이지만 일기쓰는법을 읽고 일상을 더욱 상세하게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일기의 소중함과 효능을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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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야기를 가져와 메시지를 해석합니다. 개인의 생각을 첨부합니다. 책의 내용과 다를 수 있어요. 의도치 않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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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해석은 오답노트가 아니며 개개인의 감상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내용
『일기 쓰는 법』은 작가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계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시작한다. 이어서 일기를 어떻게,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에 맞는 도구나 방법, 다양한 인터뷰와 실제 사례들을 소개한다.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품게 된다.
일기에 관하여
기록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가장 인간적인 행위가 아닐까? 책을 읽으머 인류 최초의 예술이자 기록이었던 원시 시대의 벽화를 떠올렸다. 그들은 무엇을 남기고 싶었을까? 동물의 생김새, 사냥의 방법, 무사히 사냥이 끝나길 바라는 제사의 의미, 혹은 자신의 성취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 어찌 되었든, 인간은 중요한 사건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다.
이러한 본능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이 짧은 100년 남짓한 인생 안에서 무엇이 내게 중요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그것을 남기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일기의 용도
책을 읽으며 일기의 실용적인 측면을 알게되었다. 바로 법적 송사(訟事)의 중요한 증거로 채택 될 수 있다는 것 이다. 작가는 기자로 근무하며 법적 송사에 휘말리게 되는 사건을 계기로 일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의 원칙에 맞춰 오래 기록하는 습관을 가진 이의 기록은 법적 증거로 채택될만 하다고 생각한다.
법적인 사건에 휘말리지 않는게 최선이지만 우리의 인생이 뜻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법적인 증거만을 위해서 작성하는 걸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 이외에 다양한 효과들을 가진다.
글 쓰기의 초입
일기의 가치는 비단 법적인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일기는 ‘글쓰기’라는 더 큰 맥락 속에서 가장 좋은 입문서가 된다. 일기는 어떠한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누군가에게 서사를 전달하기 위한 소설도 아니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블로그 글도 아니다. 아무렇게나 써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자유로운 글쓰기의 경험은 실제 글쓰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마치 스포츠 선수가 퍼포먼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처럼, 일기 쓰기는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소설 등 실전 글쓰기의 기반이 되는 근육 훈련이 된다.
기억의 보강
글쓰기에 대한 기초 체력을 쌓는다는 것은 단지 표현력 향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기는 우리의 기억을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어제 먹은 점심조차 가물가물한데, 오래전의 좋았던 순간들이 상세하게 기억날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는 과거의 나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장치다.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 문화의 의미도, 교훈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기록이 없다면, 그 의미도 사라지기 쉽다.
결국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이 거대한 우주 속 찰나의 시간에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를 붙잡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나를 돌보는 일
기억을 되살리는 일기 쓰기는 곧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로 이어진다. 하루하루 스스로의 기분을 묻고, 지금까지의 변화를 되짚어볼 수 있다. 겉보기엔 늘 같은 하루 같지만, 일기를 쓰다 보면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음을 알게 된다. 실제로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매일 달랐다.
일기쓰는 습관
그러나 이 모든 좋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기 쓰는 건 꽤 귀찮다. 잠자기 전 30분씩 하루를 점검하며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숏츠 몇 개 보고 누워 잠드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일기 쓰는 건 특히 어렵다.
내가 일기를 꾸준히 쓰기 위해 찾은 방법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일기장 개념이 아닌 하루에 모든일을 기록해두는 메모장의 개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언제어디서나 스마트폰이나 PC만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노션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틈틈히 작성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썼다면, 지금은 하루 중 틈틈이 사건과 감정을 기록해두고, 잠들기 전 이를 정리하며 감사일기를 쓴다
나에게 찾아온 변화
이처럼 작고 느린 실천은 예상보다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정 기복은 얼마나 심했는지, 동시에 감사한 일들도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주변의 사람이나 사건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능력이 늘었고, 글쓰기에 대한 부담도 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