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최소한의 행동 경제학은 기업의 판매 전략부터 개인의 소비 습관까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행동경제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이 전제했던 "인간은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라는 가정을 깨뜨리며 발전한 학문이다.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과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이를 실생활과 기업 전략에 적용한다.
개인적으로 경제 현상에 관심이 많은 경제학도로서, 가볍게 읽고 리뷰하기 좋은 책이라 생각해 선택했다. 과소비 습관을 줄이고 싶은 사람, 세상의 원리를 알고 싶은 독자, UI/UX 디자이너나 마케터, 영업인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만하다.
이 글에서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행동경제학 법칙 세 가지를 UX/UI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초두효과는 처음 각인된 인상이 이후 판단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첫인상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협 여부를 첫인상을 통해 즉각적으로 판단하며 살아남았고, 이러한 반사적 판단은 무의식적 편견과도 연결된다.
웹과 앱 환경도 같다. 첫 페이지가 복잡하고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면 사용자는 "이 사이트는 어렵다"고 즉시 판단한다. 특히 공공기관 사이트들이 이러한 문제를 자주 보여준다. 많은 기능을 "한눈에 보여주면 편리하다"는 생각은 실제로는 혼동만 유발한다. 서비스는 단순하고 명확한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작은 화면에서 필연적으로 단순한 UX가 만들어졌고,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웹보다 모바일을 더 편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핵심 기능과 단순한 화면 구성이 서비스 성공의 중요한 아젠다로 자리 잡았다. 결국 첫 화면에서 사용자가 "이 앱은 편리하다"라는 긍정적 각인을 갖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온보딩에 대해서도 쓰자
온보딩 화면은 초두효과의 대표적 사례다. 사용자가 서비스에 "안착"하도록 돕는 동시에 서비스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그래픽 요소로 전달한다. 브랜딩 관점에서도 온보딩은 서비스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핵심이다.
낮은 공 기법
낮은 공 기법은 다크 패턴 UX의 대표 전략이다. 처음에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사용자의 관심을 끌고, 이후 조건을 추가해 구매를 유도한다. 사람의 "자신이 선택한 것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싶은 본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일회성 서비스나 항공권, 프리미엄 서비스처럼 사용 빈도가 낮은 곳에 적합하다.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에 적용하면 브랜드 신뢰가 무너진다. 실제로 쿠팡이 자신의 구독 서비스 쿠팡 와우 멤버십의 회원을 늘리기 위해 상품에 원래 가격은 표시하지 않고, 구독 시 받을 수 있는 할인가만 보여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멤버십 구독을 원하지 않았는데도 할인가 정보만 제시되는 방식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쿠팡을 통해 구매하려는 모든 상품에서 낮은 공 기법을 경험하며 분노가 축적되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계기가 된것이다. 그 이후 개인적으로는 네이버 스토어에서만 제품을 구매하게 됐다. 이런 단기적 클릭률과 매출 중심의 UX는 결국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는 인간이 자신이 소유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심리를 말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가지고 있을 때 포기하고 싶은 최소 금액(받고자 하는 금액, WTA)’이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지불해도 괜찮은 최대 금액(지불의사액, WTP)’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손실회피 성향과 심리적 소유감이 근저에 있다.
책에서는 OTT 무료 체험과 환불 정책을 사례로 든다. 여기에 온라인 SaaS도 대표적이다. 무료 계정으로 시작하면 파일, 설정, 팀 권한, 활동 이력 등 개인화된 자산이 쌓인다. 이 자산과 환경에 대한 소유감이 형성되고, 이를 잃는 ‘손실’이 크게 느껴져 유료 전환이 자연스러워진다.
시장 사례로 Figma를 들 수 있다. 팀 협업과 클라우드 파일, 컴포넌트·라이브러리 자산이 빠르게 축적되며 심리적 소유감과 전환 비용이 커졌다. 무료에서 시작하게 하고, 협업·버전관리·공유 흐름에 자산 축적을 연결한 것이 Sketch와 Adobe XD 대비 우위를 만든 요인 중 하나다.
UX Insight
초두효과:
첫 화면에서는 핵심 기능을 과감히 부각시킨다.
나머지 정보는 단계적으로 제공해 인지 부담을 줄인다.
단순한 레이아웃과 명확한 액션 버튼을 사용한다.
로딩 속도를 최소화해 긍정적 첫인상을 강화한다.
온보딩 과정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킨다.
낮은 공 기법:
조건 변경이나 추가 비용은 사용자 여정 초반부터 명확히 알린다.
가격·혜택 구조를 투명하게 비교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단기 매출보다 장기 신뢰를 지향한다.
사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에만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사용자 불쾌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숨김 요소는 지양한다.
보유효과:
무료 체험 시 개인화된 데이터나 설정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게 한다.
사용자가 직접 만든 결과물이 서비스에 남도록 설계한다.
진행률·성과 배지·사용량 대시보드로 축적 가치를 시각화한다.
데이터 임포트·자동 마이그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해지와 데이터 내보내기는 쉽게 접근 가능하게 하여 투명성을 유지한다.
리뷰에서 살펴본 초두효과, 낮은 공 기법, 보유효과 외에도 책에는 더 많은 행동경제학·심리학 원칙이 소개되어 있다. 깊은 학문적 연구서라기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원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입문서로, 실생활과 서비스 설계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얻기에 충분하다. 가볍게 읽으며 행동경제학의 흥미로운 측면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