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미래, '늘 같음'이라는 상태로 유지되는 사회가 있다. 이곳의 사람들은 원로원의 판단과 규칙에 따라 행동하며, 개인은 통제되고 감시받는 삶을 산다. 사회는 갈등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의 기억을 철저히 제거하고, 오직 한 명, '기억 보유자'만이 인류의 과거를 기억하도록 한다.
어느 날 한 소년이 기억 보유자로 지명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기억을 물려받으며 색, 향기, 사랑 같은 아름다움과 함께 전쟁, 죽음, 아사 같은 고통과 추악함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
느낀점(서론)
처음에는 이 책이 공산주의 비판을 담고 있는 줄 알았다. 통제된 사회, 위원회 중심의 일당 체제, 감시와 균질화된 삶 등은 중국 공산당 체제를 연상케 했다. 작가의 메시지가 단순히 정치적 비판에 그칠 것이라 생각해 다른 책을 읽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설정의 치밀함과 상징성에 빠져들었고, 어느새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출퇴근길마다 시간을 쪼개어 읽게 될 만큼 몰입감이 있었다. 그리고 결말에 다다랐을 때, 이 이야기는 단순한 정치체제에 대한 풍자가 아닌, 지식과 자유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고 느꼈다.
❗
책의 이야기를 가져와 메시지를 해석합니다. 의도치 않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
저의 해석은 오답노트가 아니며 개개인의 감상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지식, 지혜의 대한 이야기
이 사회에서 '죽음'은 '임무해제'라는 단어로 대체된다. 완곡한 표현은 죽음을 감추고,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가리기 위한 도구가 된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보육사로 일하며, 태어난 쌍둥이 중 무게가 덜 나가는 아이를 아무렇지 않게 '임무해제'시킨다. 주인공은 기억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이 장면을 직접 보게 되고, 깊은 환멸을 느낀다.
아버지가 왜 그런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했을까? 주인공은 왜 그 장면에 충격을 받았을까? 우리는 기억을 가진 존재로서 당연히 그 장면에 충격을 받지만, 만약 우리가 인류사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라면 어떨까?
소설에서 말하는 '기억'이란 단순한 개인의 회상이나 추억이 아니다. 전쟁, 굶주림, 사랑, 상실, 가족이라는 개념까지도 모두 제거된, 집단적인 인류 기억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죽음'이 아닌 '임무해제'라는 표현만이 존재하고, 그것은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한 정당한 행동으로 교육받는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감정 없이 타인을 죽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지식이란 무엇인가. 지식은 단지 사실들의 집합이 아니다. 지식은 경험과 감정, 그리고 해석을 동반할 때 비로소 '지혜'가 된다. 감정이 제거된 지식은 죽은 텍스트다. 사회는 죽음을 '임무해제'라는 죽은 텍스트로 대체했고, 이는 곧 윤리의식의 상실로 이어진다.
자유의 대한 생각
이 책은 또한 철저하게 통제된 사회를 통해 자유의 의미를 묻는다. '늘 같음'을 유지하는 사회는 외부의 위험과 내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상적 모델처럼 보인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모든 것은 원로회의 규칙에 의해 공동체를 위해 결정된다. 누군가는 이를 유토피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감정도, 진실도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느끼는 세계가 전부라고 믿고 살아간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다음과 같다.
"통제는 평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자유가 없다면 우리는 정말로 살아있는 것일까?"
결론
몰입감 있는 전개, 상징적인 설정,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기억 전달자'는 자유, 지식, 인간다움의 의미를 되묻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퇴근길마다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었고, 조용히 그러나 깊은 파동으로 여운을 남긴 책이다. 진정으로 알고 있음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고 싶다면 읽어보길 권한다.